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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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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여 년의 시간을 거닐다  세계유산 '창덕궁(昌德宮)'  창덕궁(昌德宮)은 15세기 초 성리학적 질서에 따른 궁궐배치의 원칙이 자연의 지형지물에 잘 구현되어 조영(造營)된 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지금까지 남아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창덕궁은 건축물이 자연 속에서 수목 등과 잘 어울려서 완전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례없는 동아시아 궁궐 건축 및 원유공간 조성의 탁월한 실례로써 세계유산이 되었다. 후대에도 이어져 지켜야 할 우리 궁궐 창덕궁의 주요공간과 그 공간으로 진출입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창덕궁 전경 이미지

자연이 건축물의 배경이 된 조영(造營)공간

창덕궁은 건축물 속에서의 생활이 주가 되는 공간으로 주거공간인 왕과 왕비의 침전 즉, 희정당 및 대조전 영역, 동궁 영역 등, 신하들의 업무 공간인 궐내각사, 왕의 집무공간인 선정전 영역, 국가의 공식 공간 인정전 영역, 그리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 영역 등으로 구성된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나중에 지어진 후원의 연경당 일곽이나 동궁 영역 근처의 낙선재 일곽은 지금까지도 잘 남아서 현재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과 공간의 연결과 호흡

궁궐의 주요 공간(man-made space)에 이르는 과정은 대개 이렇다. 장중한 문루를 들어서면 전개되는 바깥마당에서 다리로 물을 건너 문으로 들어가 안 마당을 지나서 다시 문을 들어가면 주요건축물이 있는 커다란 마당에 다다르게 된다.
창덕궁 인정전의 경우, 남쪽의 돈화문 (敦化門)을 들어서서 서(西)에서 동(東)으로 금천을 건너 (禁川, 錦川橋) 동진(東進)하여 진선문(進善門)으로 들어가면 먼 쪽이 더 좁은 기하학적 마당이 전개되고, 남향인 인정문으로 들어가면 회랑으로 삼 면이 에워싸인 산자락에 남향하고 있는 인정전 (仁政殿)과 너른 조정 (朝廷)이 전개된다.
궁궐후원(後苑)에 지은 연경당의 경우, 넓은 돌다리로 실개천을 건너 장락문(長樂門)을 통과하면 깊이가 짧은 장방형의 행랑마당에 다다르고 남향한 서측의 수인문(脩仁門)과 동측의 장양문(長陽門)을 만난다. 수인문은 안채로 장양문은 사랑채로 향하는데 문을 들어서면 너른 마당이 안채와 사랑채를 에워싸고 있고 이 마당은 각각 행각으로 에워싸여 있다. 안채와 사랑채는 내부에서는 방으로 연결되고 마당에서는 낮은 담으로 구획되어 담에 난 문을 통해 서로 드나든다.
연경당을 들어가는 이 과정을 오작교로 은하수를 건너 월궁(月宮)으로 들어간다고도 표현한다. 이 스토리에는 너른 돌다리 부근 돌확에 들어있는 계수나무와 네 마리 두꺼비까지 동원된다.

다리를 건너고 문을 지나 안팎이 교차 반복되는 마당을 들어서서 중심공간으로 드나드는 시퀀스는 인정전이나 연경당이나 유사하다. 다만 규모가 다르고 공간의 역할이나 쓰임새 및 위계의 차가 있을 뿐이다. 여기서 한국건축의 단위공간은 크든 작든 중심건물을 마당이 에워싸고 그 마당을 회랑이나 행각 또는 담이 둘러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청(廳)과 방(房) 및 누(樓)로 구성된 중심건물의 대청은 제대로 된 좌향이면 앞마당의 뜨거운 공기와 뒷마당 화계(花階)를 감도는 찬 공기가 서로 맞부딪쳐서 시원한 공간이 되는 것도 알 수 있다.

건축이 최소화된 원유(苑囿)공간

주합루와 부용지
관람정
궁궐후원인 원유공간은 수목(樹木)·물(水)·정자(亭子) 등이 기하학적으로 구성되었거나 자연지형지물이 그대로 활용되었다. 즉, 왕가에서 향유할 수 있도록 수려한 자연을 찾아서 다양하고 자그마한 정자를 지어 그 안에 앉아 날아다니는 각종 새소리를 들으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을 내다보도록 구성되었다. 이렇듯 자연의 지형지물 그 자체에 의지하고 울창한 수목에 둘러싸여 건축된 정자는 작으면 작을수록 큰 자연을 느끼도록 되어 있다. 창덕궁의 원유공간은 물줄기나 못을 중심으로 크게 네 곳으로 나눌 수 있는데 부용정과 주합루 및 영화당이 있는 부용지(芙蓉池) 일대와 애련정과 기오헌 등이 있는 애련지(愛蓮池) 일대, 관람정, 존덕정 등이 있는 못 부근(근세에 반도지[半島池]로 명명되었다), 소요암과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 등이 산재해 있는 옥류천(玉流川) 일대가 그것이다.

원유공간에서 물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옥류천 일대처럼 물줄기를 따라 다양한 좌향(坐向)으로 정자를 배치하거나 또는 부용정이나 애련정 일대처럼 못을 파고 물을 담아 정자의 초석(건물의 다리와 발)을 물에 담가서 못을 거울삼아 정자를 투영시키거나, 외기 조절을 해서 환경을 쾌적하게 해주는 등 의미도 다양하다. 활짝 핀 연꽃형상의 부용정이나 사모정인 애련정, 육각정인 존덕정, 부채형 정자 관람정 모두 초석 중 두 발만 물에 담갔다는 것은 다양한 모습의 정자를 더운 여름 선인들이 자연에 피서하는 것으로 의인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못을 팔 경우 방형의 못 속에 둥근 섬을 조성하는 천원지방 (天圓地方)의 개념이나 물과 물고기의 관계를 임금과 신하의 관계로 의인화하는 것 등은 물이 돌아 고이지 않도록 하는 과학적 현상에 대한 스토리다.

존덕정, 옥류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옥류천 일대의 청의정(淸漪亭)이다. 4각 평면의 네 개 원기둥 위에 있는 팔각평면의 원형도리는 64개의 각 서까래 위에 둥근 초가지붕을 받아 기둥을 통해 임금의 시험 논으로 하중 전달을 한다. 여기서 하늘과 인간과 땅의 관계를 읽을 수 있으며 벼가 자라 익어가는 것으로 계절변화의 추이를 볼 수 있다.
방향성을 가지고 사람이 드나드는 상황에 초점을 두는 공간과는 달리 원유공간은 소요(逍遙)하면서 순간순간 변화하는 자연을 안팎으로 체험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자연에 의지해 조영(造營)을 하고 나서 부족한 것들은 건축물에 편액(扁額)이나 주련(柱聯) 등을 달아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작은 공간이 커다란 의미를 가지도록 했다.

조인숙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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