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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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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역사학도 ‘자료 천국’ 맘껏 여행  우드로윌슨센터 KF 글로벌 인턴 체험기  KF 글로벌 인턴 자격으로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지낸 6개월은 연구를 위한 최고의 지원을 누리면서 깨달음과 발견으로 가득찬 흥분된 시간이었다. 첫날부터 도전의 시작이라 할 만큼 각종 출처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접했고 하루하루가 중요한 만남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교훈을 얻었고 각종 토론을 통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  우드로윌슨센터 의회 담당자 돈 울펜서버거(Don Wolfensberger) 국장과의 의회 방문



북한 국제문서 프로젝트의 압도적인 자료를 성장의 밑거름 삼아

한국에서 필자가 수행했던 연구는 주로 다른 학자의 논문을 공부하여 해당 분야의 학술적 동향을 분석하고 특정 사건 및 역사적 시기를 평가하는 일에 국한되어 있었다. 1차 자료는 다른 연구자의 논문에 인용되었거나 연구소 소식란이나 매체를 통해 새로 배포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얻을 수 있었기에 윌슨센터를 비롯해 워싱턴에 소재한 각 도서관과 기록보관소의 자료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가슴 벅찬 일이었다.

윌슨센터의 `북한 국제문서 프로젝트(North Korea International Documentation Project, NKIDP)를 통해 축적된 자료의 양과 가치는 압도적이다. 미국 내 보고서는 물론 동유럽이나 중국 등 기존 사회주의 국가와 남한 및 기타 국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입수해 영어로 번역해 놓은 것도 수백 건에 달한다. 동유럽에서 입수한 문건 중에는 해당 국가의 기밀문서 재분류 과정에서 본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된 것도 일부 있다. 남한 자료 중에는 아직도 한국어 원본이 공개되지 않아 윌슨센터에서 제공하고 있는 영문 번역본으로만 해당 자료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상당수다.

윌슨센터 연구원이 되면 센터 소속 전문사서의 도움을 받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미 의회도서관에서 워싱턴 지역에 소재한 여러 대학도서관에 이르기까지 장서 목록을 검색하고 필요한 도서를 공급받을 수 있다. 각 도서관에 요청한 책은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윌슨센터에서 받아볼 수 있는 상호 대출 시스템 덕분에 필자는 1970년대 중반 출판된 여러 권의 북한 서적 원본을 센터를 벗어나지 않고도 한 달가량 대출해서 볼 수 있었다. 심지어 1950년대 평양에서 발간된 경제정책의 향방에 대해 논한 서적도 의회도서관에서 대출이 가능했는데 숙청시에 숙청 대상자들의 저작물까지도 폐기해 버리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북한에도 이 서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윌슨센터 연구자는 또한 의회도서관 직원들과 온∙오프라인상으로 의견 교환이 가능해 특정 과학 분야 혹은 지역 전문가로 구성된 이들 직원에게 의회도서관이 관심 주제와 관련해 어떤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윌슨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국립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가 있어 사서의 도움을 받아 자료 열람을 할 수 있는데 한시간 남짓 지나면 수십년 전에 작성된 육필본을 포함한 원본 문서들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열람할 수 있었다.

`북한 국제문서 프로젝트(NKIDP)' 비평 구술사 컨퍼런스(Critical Oral History Conference) 에서자료와의 즐거운 씨름에서 연구의 자양분 충전
KF 글로벌 인턴으로서의 업무 시간 중 절반 정도는 윌슨센터에서 번역물과 출판을 앞둔 자료집을 감수하는 업무를 처리했다. 이는 ‘즐거운 고문’이었다. 즐거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북한 국제문서 프로젝트(NKIDP)’책임자인 제임스 퍼슨(James Person) 씨가 사려깊게도 필자가 박사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시기인 1970년대의 자료를 필자에게 할당했기 때문이다. 문서를 모두 읽어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박사 및 기타 관련 논문을 대비해 해당 정보를 정리하고 인용할 만한 부분을 간추려 놓을 수도 있었다. ‘고문’이었던 것은 자료가 한국어를 전혀 혹은 거의 알지 못하는 북한 주재 외교관들이 작성한 것이라는 점이다. 언어마다 음성 체계가 달라 한국어 발음을 인식하는 방식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각 문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명이나 지명, 해당 인물의 직위가 기록 과정에서 왜곡되므로 해당 문서를 작성한 외교관이 실제로 누구인지 또는 어느 곳에 대해 논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면 상당한 창의력을 발휘해야 했다.

필자가 맡은 또 다른 업무는 `북한 국제문서 프로젝트(NKIDP)'를 통해 입수한 자료 중 아직 미처리 상태인 것들을 정리하고 스캔하는 일이었다. 지루한 일이라 생각되겠지만 이 일마저도 필자의 연구에는 매우 유용한 작업이었다.

리서치 프리젠테이션, 프로젝트(NKIDP)' 책임자인 제임스 퍼슨(James Person) 씨와 함께

새로 기밀 해제된 문서를 읽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 대통령 산하 및 사설 기록보존소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관련 문서를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 소장처를 통해 이들 문서를 열람하려 했다면 비용은 차치하고 방문하는 데만도 수주가 걸렸을 것이다.

다양한 회의와 교류를 통해 연구 시각을 넓혀

`북한 국제문서 프로젝트(NKIDP)'팀은 매년 비평 구술사 컨퍼런스(Critical Oral History Conference)를 개최한다. 컨퍼런스에서는 현대사 중 특정 시기(예를 들어 작년에는 1974~1976년)에 초점을 맞춰 관련 외교 문서를 바탕으로 자료집을 작성하고 해당 시기의 주요 사건과 직접 관련된 외교관, 정책결정자, 정치인 등을 초청하여 학자들과 그 시기에 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한다. 지난 10월에 개최된 구술사 컨퍼런스에서는, 윌슨 센터의 배려에 약간의 행운이 보태져 필자가 토론자 중 한 명으로 지정되었다. 박사 논문 주제가 1970년대 중반 남북 관계로 1974년 남북 데탕트 종말을 다룬 첫 번째 세션의 토론자로 지정되었는데 컨퍼런스 발표 경험이 나름 적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중요한 컨퍼런스에서 첫 시험무대에 오르게 되니 기쁨과 흥분을 감추기 어려웠다. 사학계에서 연구 대상이 되는 역사적 사건에 참여했던 인물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더욱이 당시 정책결정자에게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를 질문할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연구자가 몇 명이나 될까…

윌슨센터 내외부에서 열린 각종 회의 및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과 다른 학자들과의 교류 또한 연구에 귀중한 자산이 됐다. 다른 국가 및 지역, 시대와 비교해 평행점을 찾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이번 KF 글로벌 인턴십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주요 목표 중 하나였는데, 호프 해리슨(Hope Harrison) 윌슨센터 선임 연구원의 독일분단과 냉전체제 아래 대립에 관한 강의를 듣고 경쟁 측면 중에 간과하고 있었던 요소를 발견할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한국 관련 행사 중에서는 북한 정치, 경제, 역사에 정통한 저명 미 전문가들의 토론 및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켄톤 클라이머(Kenton Clymer) 교수와의 토론을 통해 버마 및 여러 동남아 국가의 역사에 대해 배우게 되어 냉전 시대 변화 양상을 더욱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윌슨센터의 KF 글로벌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느끼게 된 점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자국 영토 밖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나 문제에 대해 미국이 상당 부분 자체 정보에 기반을 두고 미국의 접근방식이 기준이 되었기에 여타 국가에서는 해당 문제를 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일단 배제되었다. 둘째로, 애석하게도 남한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물론 ‘악의 국가’라 불리며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북한에 전적으로관심이 쏠리다 보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남한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남한의 역사를 비롯한 여러 측면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다.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 남한이 당당히 토론 의제로 다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것이 윌슨센터 KF 글로벌 인턴으로 일하게 된 6개월간 스스로 다짐한 목표다.

채리아 KF 글로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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