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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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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로윌슨센터 인턴 체험기

KF Junior Scholar로서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경험한 지난 6개월은 워싱턴 D.C.에서 누릴 수 있는 학문적, 정치적, 문화적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기회였다. 유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단기간의 방문연구자로서 어떤 제약이나 부담없이하고 싶은 연구와 경험을 마음껏 쌓을수 있었던 시간. 센터의 훌륭한 연구지원 시스템과 다양한 세미나,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은 끊임없는 자극으로 나를 일깨웠고 평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정치학자를 역사학자로 변신시키는 곳

정치학자를 역사학자로 변신시키는 곳윌슨센터의 NKIDP(북한국제문서프로젝트)와 이 프로젝트가 속해 있는 CWIHP(냉전사프로젝트)는 동유럽, 러시아,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곳곳에서 입수한 문서들을 학술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정리하고 출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즉, 매우 역사학적인 프로젝트이고, 대부분 역사 연구자들이 문서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새로운 시각과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1월 윌슨센터에 도착하기 전, 국제학을 전공하면서 현재의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관심이 많은 필자로서는 너무 역사적인 사료에 파묻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도착하여 연구를 시작하면서 그것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역사연구에 중심을 둔 문서프로젝트의 중립적인 분위기는 한발짝 만나서면 현재의 수 많은 이슈와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워싱턴의 연구 경향과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다.
시작할때, 담당자인 퍼슨(Person)씨가 농담처럼“정치학자들을 역사학자로 탈바꿈 시키는 곳”이라며 역사와 사료의 매력에 빠질것이라 자신했던 기억이 난다. 윌슨센터가 정리해 놓은 외교문서 자료의 양과 가치는 상당한 것이었고, 윌슨센터 도서관과 그곳을 통해 바로 연결되는 의회도서관 자료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짧게 느껴질 만큼 방대했다.

프로젝트 특성상 북한관련자료를 집중하여 살펴보게 되었는데, 그 동안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북한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단편적이었는지 절감하게 되었다. 북한과 중국 등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해 공부한다면서도 배경이 되는 역사적인 지식과 축적된 연구 및 논쟁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성과 동시에, 그 내용들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정리하게 되어 뿌듯한 성취감이 들었다. 게다가 NKIDP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출판하는 북한관련 문서들은 이미 국내외 많은 연구에 인용되고 있는 자료이기에, 새로이 번역된 문서들에 대한 확인과 수정작업을 하면서 그러한 학술자료제공에 일조하고있다는 보람도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세미나를 통한 시각 다각화

다양한 분야의 세미나를통한 시각 다각화 개인적 연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외교사료를 직접만지는데서 오는 성취감 등 윌슨센터내에서 누렸던 행복이 이 프로그램의 절반정도를 차지한다고 평하고싶다. 나머지 절반은 워싱턴 D.C.에 체류하면서 여기저기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로 채워졌다. 더구나 2012년도는 한국, 미국의 대선을 비롯해서 중국, 대만, 이란등 세계적으로 선거 또는 정권교체가 줄을 잇는 해였으므로, 각종 분석과 전망이 연구소 마다 개성있는 세미나로 연이어 쏟아졌다. 정치외교외에도 무역, 금융, 문화, 여성, 환경 등 다른분야의 세미나들도 많았지만, ‘흥미롭다’는 이유만으로 다 둘러보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으므로 결국 연구분야와 관련이 되는 주제에 집중하여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1월말의 베트남전 평화교섭 관련 세미나부터 5월말 미국내 재단(포드, 카네기등)의 역할 관련세미나까지 50회가 넘는 각종세미나에 참석했는데, 자제하여 줄인것인데도 돌이켜보니 매주3회는 윌슨센터내부 또는 외부 Brookings Institution, SAIS, Sigur Center(GW), KEI 등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세미나에 돌아다닌 셈이다.

세미나, 워크숍, 컨퍼런스등의 이름이 붙여진 행사들도 다니다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대만이나 이란 선거 직후 현지출신학자에게 선거결과 분석을 듣고, 중동 각국 시위와 민주화 여부에 대한 중동연구자들의 토론을 한자리에서 보고, 남미 또는 아프리카 경제나 정치현황을 간단히 정리해주는 등, 효율적인 지식획득의 기회를 그것도 걸어서 30분도 안되는 공간안에서 모두 섭렵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한것이 아니다. 한미관계 이외에 미국의 여러측면을 압축해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어찌 되었건 그 모든모임들은 미국의 이익과 위상을 유지하는데 일조하는 것이므로 어떤 국가나 이슈에 대해 미국의 특정 시각에서 걸러지는 내용들을 다시 외국인, 특히 한국인, 젊은세대,여성 등 필자의 입장에서 또 한번 비교하고 정리하면서 들어 보는 재미가 대단히 컸던 시간들이었다. 세미나장에 다니다 보니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참석자들을 계속 만나기도하고, 잘 모르더라도 서로의견을 나누면서 가볍게 토론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활성화된 민간연구소(think-tank)들의 존재는 접할수록 부러운 것이었다.

연구와 체류에 적합한 최적의 조건

연구와 체류에 적합한 최적의 조건 세미나탐방을 포함해서 워싱턴 D.C.에서의 생활은 한국의 좌표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북한이 간혹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 같은 위협카드를 사용할 경우에 반짝 관심이 집중된다고는 하지만, 그 관심도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중동(이란, 시리아등)과 중국에는 결코 비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세미나의 횟수와 규모만 봐도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진국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바로 느껴진다. 그래도 또한 다른측면에서는, 그 어떤지역과 이슈를 논하는 세미나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더 이상 한국을‘홍보’할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들 한국을 알고 있다는 것 또한 느껴진다. 북한덕분(?)이기도 하겠지만, 한국관련세미나가 일본이나 대만 관련 세미나 보다는 더 많고 인기가 있는 모습도 보이고,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 현재의 여러 가지 정책에 대해서 다양한 평가가 오고 가기도 한다. 꼭 세미나에서 만나는 연구자들이 아니더라도 취미로 참여하고있는 합창단 ‘Choral Arts Society of Washington’의 단원들에게도 한국에 대한 별다른 설명은 필요가 없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면서 유학은 아니더라도 여행도 많이 했고 여러기회를 통해 상대적으로 국제적인 시각이있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윌슨센터와 워싱턴 D.C.의 6개월은 그 다양성의 범위와 깊이를 배가 시켜주었다. 오늘도 오른쪽에서는 시리아의 폭력사태로 근심이 끊이지 않는 시리아 변호사 조마나(Joumana)가, 왼쪽에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관심을 촉구하고자 세미나 마다 열심히 손을 드는 라그다(Raghda)가 주말이면 각자의 국가로 돌아갈 채비를 하면서 걱정을 한다. 윌슨센터가 미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국제문서프로젝트 이외에도 상당히 장기적인 안목의 프로젝트가 많으며, 대단히 국제적인 연구진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워싱턴 D.C. 내 연구소보다도 연구와 체류에 적합하고 편안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애자 결혼 지지 이후, 가게 마다 더욱 화려한 무지갯빛 휘장(동성애자환영표시)으로 축제를 방불케 하며주말 브런치타임마다 남자손님들로 성황을 이루는 집 근처 듀퐁써클을 비롯하여 미국국가기념물과 박물관 전시물 숫자만큼이나 정치적, 사회적 다양성이 넘치는 워싱턴 D.C. 또한 잊지 못 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김유리 KF 글로벌인턴, 서울대국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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