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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07012
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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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모더니즘의 테마, 한옥  주한 외국인을 위한 문화강좌, 황두진 대표 인터뷰  ▲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건축이란 분야에 있어서 고유의 양식을 지켜야 한다는 고집은 자칫하면 건축의 발상을 과거의 틀에 가두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옥을 비주얼 아이콘으로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건축을 지향해야 합니다."

황두진 건축가가 강의를 말은<서울을 꿰다: 서울 성곽과 서촌>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2012 주한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강좌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황두진 건축가는 한옥에 비교적 애착이 강하면서도 가장 비판적인 사람으로 꼽힌다. 한옥 건축가란 말에 홑 따옴표가 불는 이유다. 그는 좁은 인식의 틀에 갇힌 한옥의 개념을 단호하게 배격한다. 사람들이 한옥을 문화재로만 인식하게 되면 한옥 건축양식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강한 우려를 표한다. 그렇기에 한옥에 주민들의 삶을 시공간적으로 반영하고, 이 시대 근대성을 반영하는 데 게을러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창의적 발상이 건축에 적용되어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삶의 구체성을 올곧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서울성곽에서

어느 시대이든 삶과 앎을 일정한 테두리 안에 가두어서 공동체가 발전한 적이 없다. 그래서 건축가가 해야 할 첫 번째 과업은 실사구시의 정신을 건축에도 접목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주거형태를 한옥의 틀에 가두지 않고 창조적으로 해체와 변혁을 거듭하도록 자극하고 추동하는 것, 그리하여 변증법적으로 건축의 역동성을 살려나가는 것이 한국 건축의 올바른 발전방향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삶의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면서 과거의 틀을 고집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축가의 태도는 아닐 것이다.

한 사례를 들어보자. 스페인 북부 도시 빌바오는 21세기 들어 새로운 도시건축의 아이콘으로 자주 소개되고 있다. 1990년대 말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건립을 거치면서 문화도시로의 완전한 탈바꿈을 실현했다. 이 도시의 변신은 전통굴뚝도시를 고집하지 않은 빌바오 시민들의 혁신적 상상력이낳은 문화적 ‘걸작' 이다.
빌바오는 이제 과거의 틀을 깨고 근대성을 현재의 조건에 맞게 과감히 도입해 새로운 건축의 패러다임을 펼친 문화 도시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1930년대 내전으로 인한 완전한 파괴 또는 굴뚝 공장은 이 도시에서 더 이상 상상할 수조차 없다.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과연 비슷한 역사적 체험을 지닌 빌바오의 경험을 도시건축의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가.

▲	알버트 테일러의 가옥 딜쿠샤황 건축가는 빌바오식 대안을 서울에서 실현할 몇 안 되는 건축가로 꼽힌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전통은 그 자체로 존속하지 않는다. 아니 존속할 수도 없다. 한옥도 마찬가지다.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원래 있던 건축양식을 지칭하려고 쓰인 개념에 가둬놓는 이상 한옥건축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옥 개념 자체가 불과 100 여년밖에 안 된다" 라는 말을 한 적 있다.
한옥의 전통을 더 이상 ‘이 길지도 않은 과거'에 머물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다. 실제로 흔히 전통 한옥촌으로 알려진 북촌 한옥마을은 1930년대 집장시들이 만들었던 상업건축물에 불과하다. 1930년대 초 만주사변 이후 전쟁특수로 건설경기가 일어나면서 급조된 개량 한옥촌인 것이다.


그의 건축에 지표와도 같은 존재인 발터 벤야민에 따르면 시대가 바뀌면 인간의 지각과 미적 감각이 달라진다고 한다. 예술도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술작품 역시 그전과는 달라진 변화된 인간의 미적 지각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것의 혁명적 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형태의 지적 작업의 결과이다.
그는 새로운 문명과 삶의 모습을 매우 긍정적으로 발전된 건축형태에 담아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우리 기후와 조건에 알맞은 인간의 거주 형태야말로 건축가가 늘 추구해야 하는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통한옥에 대한 일반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다가 촤근 그는 효율적 토지이용과 직주 일체의 주거개념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도를 찾았다고 밀한다. 시루떡처럼 똑같은 모습의 천편일률식 건축이 아니라 옥상에 알뜰한 정원이나 꽃과 함께 하는 마당을 만들고 층층이 다른 주거와 상업, 업무시설을 한데 모은 건축양식이 그것이다. 그러면 출퇴근 시간도 거의 들지 않고 건강한 밸런스를 갖춘 친환경 건축이 될 수 있다. 바로 '무지개떡 아파트’ 이다.

"한옥 건축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다른 이질문화와 결합해야 제대로 혁신적 모더니즘을 실현할 수 있죠. 4,5층짜리 건물로 나무와 철골, 콘크리트를 함께 쓰면 어떻습니까? 이 건축법을 통해 도시의 막개발을 막으면서 정신적으로 살기 좋은 주거와 업무 환경을 함께 지닌 서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통일 이후 주거형태로도 가져갈 수 있고요."

▲ 통인시장에서도시 공동화를 가속화하는 현재의 건축양식은 전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그는 상주와 유동 인구가 이상적인 비율로 공존하는 무지개 거주 형태를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2002년 그는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둔 뭇 건축가들이 놀랄 일을 벌였다. 생활 겸 작업공간을 아예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일대 서촌으로 옮긴 것이다. 한 공무원은 그가 이사한 모습을 두고 "강북에서 이사 나가는 건축가는 봤어도 들어오시는 분은 황 선생님이 처음"이란 우스개 말을 던졌다고 한다.

요즘 그는 '동네건축가’를 자처한다. 생활 주변에 근대성을 접목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출판사 ‘열린책들’ 옛 사옥, 동교동 '해냄출판사’ 사옥, 북촌의 한옥 '무무헌'과 식당 '가회헌’,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 등이 그의 역작이다. 동네 건축물에 대한 애착은 통인시장 솟을대문에 잘 표현돼 있다.

"한옥은 결과보다 그 과정과 태도에 방점 두어야 합니다." 라며 그는 "병산서원과 부석사 무량수전도 건축가에게는 영감의 소재일 뿐, 창조적 변혁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라며 말에 힘을 준다.
황두진에게 한옥은 여전히 큰 주제다. 문화재가 아니라 모더니즘의 주제, 현대건축의 테마로 진화해야 하는 주제인 것이다.

김형배
전 한겨레 논설위원
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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