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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친선특급 기행문
역사의 의미와 감동,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찬 철길 위

19박 20일의 긴 여정을 마친 소감을 묻는다면, 매 순간순간 전쟁이었다고 말하겠다. 나뿐만이 아니라 행사를 진행하는 각 파트의 스텝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맡은 분야에서 치열한 순간을 버티어야 공연을 성공적으로 올릴 수 있었고, 참가자들이 그 감동과 환희를 온전히 느끼고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공연을 마친후 다시 여정에 오를 때마다 나의 긴장을 풀어주었던 기차소리와 보드카를 잊을 수 없다.
 국악단 소리개는 7월 14일 서울역에서 발대식 공연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거대한 프로젝트와 먼 여정에 대한 기대와 책임감으로 단원들 모두 어깨가 묵직했다.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뉘어 각각 이상설 유허비와 우수리스크 고려문화센터에서 첫 공연을 준비했다. 그런데 이상설 유허비에서 극장 상황이 문제였다.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러시아 스텝들과 손짓 발짓으로 겨우 공연 준비를 마쳤고 무대의 막이 올랐다. 결과는 대성공. 다행히도 관객들은 한국에서 온 소리개팀의 공연에 열광했고, 환호와 박수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공연은 예정된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에서의 발대식 - 하바롭스크 주립음악당 - 이르츠쿠츠 유라시아 대축제 - 노보시비르크 레닌광장 야외무대 - 예카테린부르크 - 모스크바 – 베를린. 각 지역마다 수많은 변수와 현지 상황들을 이겨내며 우리는 굵직한 공연들을 잘 치러 나갔다.
 하바롭스크 주립음악당에서는 공연이 끝난 뒤 공연장 로비에서 관객들과 어울려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 흥겨운 뒤풀이까지 마치고 관객들이 빠져나갔을 때,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 한 분께서 다가오셨다. 할머니는 조금 서툰 한국말로 애써 마음을 표현하며 눈물을 훔치셨다.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저는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라 이제껏 살고 있지만 한국 사람이에요. 오래 전 저희 할아버지께서 강제로 이주를 당해서 러시아에 사셨고 그 후 저희 아버님과 저까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일흔이 넘어 얼마 남지 않은 삶이지요. 그런데 평생 너무도 서글펐던 마음이 우리 한국 공연을 보면서 많이 치유되는 것 같았어요. 너무 아프고 힘든 시절을 살아왔어요. 이방인으로 살아오면서 무시당하고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멋진 한국 사람들이 한꺼번에 많이 오셔서 우리 문화를 보여주고 우리 음악을 연주해주니 러시아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잖아요. 그 모습을 보는데 내가 눈물이 났어요. 그래, 나 이렇게 멋진 문화를 지닌 대한민국 사람이다. 자긍심과 긍지를 처음으로 느꼈어요. ··· 고맙습니다. 이렇게 멋진 공연을 해주시고 러시아에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눈앞에서 현실로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 아픔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할머니의 눈동자는 우리 모두가 위로하고 품고 가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품고 달리는 희망이 세계 각국과 우리 동포들에게 뼛속 깊숙이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던 아픔과 슬픔의 눈물자국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연꽃처럼 맑은 웃음의 씨앗이 되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래본다. 문정수
공연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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