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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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카테리나 포홀코바 모스크바국립외국어대학교
통번역학부 학장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모스크바국립외국어대학교(MSLU)의 예카테리나 포홀코바 통번역학부 학장을 만나 한국학과 및 한국어전공에 대한 소개와 한국학 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점 등을 들었습니다.

모스크바국립외국어대학교의 역사와 한국학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1804년에 설립된 모스크바국립외국어대학교(이하 본교)는 11개의 학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본교에서 가장 크고, 오랜 역사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통번역·지역학·국제문화 전문가를 양성하는 통번역학부는 소련 및 러시아 번역이론의 기초를 정립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번역가와 학자, 교수들을 다수 배출했습니다.
  통번역학부 내의 동양어과는 한국학과, 중국학과, 일본학과, 베트남학과, 아랍학과, 터키학과, 페르시아학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한국학과는 한국과 러시아가 공식 수교하면서 26년 전 개설됐습니다. 한국어 전공은 한러·러한 사전을 편찬한 레오니드 니콜스키 박사(1924~1998)가 1991년 동양어과 내에 개설했으며, 현재 7명의 교수진(전원 전임교수)이 있습니다. 러시아의 교육제도는 현재 4년제와 5년제가 병행되고 있으며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이 있습니다. 한 학년당 학생 수는 10명 내외로,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는 본교의 교육정책에 따라 소수정예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학과 학부생들의 수는 80명 정도이고, 한국어 및 한국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도 6명이 재학 중입니다.

모스크바국립외국어대학교의 한국학 및 한국어 수업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본교에서는 우수한 한국학 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철저히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학생들은 10명 미만의 그룹으로 나뉘어 매주 12~18시간 가량 언어를 배웁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실용적인 언어지식뿐만 아니라 언어이론, 문법이론, 어휘론, 문체론, 문학까지 두루 섭렵하며, 아시아 지역의 역사 및 지리 강의도 수강합니다.
  3학년 때부터 러시아 교재와 한국 교재를 같이 사용하는 통번역 수업을 듣기 시작하는데, 수업시간에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한국 신문 등 각종 언론매체에서 발췌한 이슈 기사들을 많이 읽습니다. 또한 본교는 한국외대, 경희대, 부산외대 등과 학술 및 학생 교류 협정을 체결해 모든 학생이 6개월간 한국에 교환학생을 다녀옵니다.

주요 프로그램 외에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무엇이 있나요?

본교는 학생들이 주어진 과제를 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경연대회 및 학술대회에 참여하도록 격려합니다. 본교 학생들은 모스크바국립외국어대학교 대학생 연례과학학술대회,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아시아아프리카대학 청년한국학자 학술대회, 전(全) 러시아 대학생 한국어 올림피아드, K-마케팅 한러 경제 협력 프로젝트 경연대회, 유럽 한국어 글짓기 대회 등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본교에서는 매년 학생들이 여러 언어로 번역한 문학번역 작품집을 발간하고 있는데, 한국학과 학생들도 교수들의 지도하에 단편소설과 시를 번역해 작품집을 발간하고 번역 교수법 관련 교내 학술대회에 배포합니다.
  그리고 본교에는 한국 학생도 러시아 대학생과 함께 대학생활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본교 웹사이트를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아마 본교가 러시아 내에서 한국어 버전 웹사이트(www.linguanet.ru)를 가진 유일한 대학교일 것입니다.

KF와 관련된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본교 한국학과와 KF는 많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全) 러시아 대학생 한국어 올림피아드의 경우, 본교가 한국어 올림피아드 개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것을 계기로 2010년 제1회 올림피아드와 2016년 제4회 올림피아드가 본교에서 열렸습니다.
  2013년 본교에서 개최한 제5회 전러시아한국어교수협의회 한국어 교수 세미나에는 러시아의 25개 대학에서 온 50명 가량의 한국어 교수들이 모였고, 이 때 저는 협의회의 회장이 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KF의 지원을 받아 1차·2차 한러인문교류포럼을 모스크바에서 개최했으며, 이 포럼에는 한국학자들뿐만 아니라 출판인, 사회학자, 예술가, 문학·스포츠 교육 분야 대표 등 저명한 사회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제가 2015년부터 현재까지 회장을 맡고 있는 중동유럽 한국 학회는 본교뿐만 아니라 유럽의 한국학계에도 중요한 행사로, 2015년 제14차 중동유럽 한국 학회가 본교에서 열렸습니다. 당시 중동 및 유럽 국가에서 50여 명의 학자들이 참석했고, 학회지 《CEESOK Journal》 이 발간되었습니다. 저 또한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는데, 주로 단기 체류일 때가 많습니다. 러시아 한국학자들은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들인 경우가 많아 대학을 오래 비우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저는 2016년 ‘K-culture supporter’ 위원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러시아 내 한국어·한국문학·교육 홍보를 위해 박노벽 주러시아 한국대사의 주도로 창설된 이 위원회는 저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11명의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수님이 한국학자가 된 계기와 현재 하고 계시는 활동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연히 한국학과에 들어갔지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어떤 특별한 운명이 저와 한국을 연결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동양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어느 날 집에서 한글이 적힌 신문 스크랩을 발견했는데, 한글의 아름다움과 단순함에 큰 감명을 받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친한 친구의 아버지께서 88서울올림픽 때 한국에서 가져오신 태극 문양의 부채를 봤을 때,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도 한국과 전통예술, 특히 한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있습니다.
  현재 본교에서 강의하는 것 외에도 10년 동안 모스크바 세종학당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으며,세종학당 강의는 대학 내 활동과 매우 다르긴 하지만 제가 애착을 갖는 일 중 하나입니다. 이 학당에는 매 학기마다 1000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등록하는데, 주러시아 한국 대사와 문화원장의 주도로 작년에 촬영했던 제 수업 동영상이 놀랍게도 아주 인기가 많았습니다. 한국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는 한국어 테마별 사전,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집필했으며, 한국 시인 문정희 시집도 번역 출판했습니다. 한국 문학은 러시아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젊은이들이 이미 한국 드라마와 음악에 매료되어 있으니 이제 성인들을 위한 새로운 범주의 한국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학을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구절에 빗대어 '뿌리 깊은 나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한국학의 역사와 한국학에 큰 공헌을 한 교사들은 '뿌리'이고, '나무'는 바로 우리입니다. 즉, 90년대 이후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관련 지식을 개발하고 전파하면서 열심히 노력한 한국학자들이 나무입니다. 지속적으로 양성되고 있는 차세대 한국학자들은 '청출어람'이라 할 만큼 현 세대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엄청난 양의 전자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데다 한국 방문이 더 쉬워지는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이 훨씬 더 가까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관련 지식 전파 및 한국 홍보에서 한국학자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국학자는 한국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들과 고려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양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한국 관련 지식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한국학자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이들의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KF 모스크바 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