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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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즐기는 다양한 세시풍속

어느새 추운 겨울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날씨가 따뜻해지며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기지개를 켜는 계절입니다. 농경사회였던 과거에는 봄이 되면 한 해 농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일종의 농사일정표인 ‘절기’를 활용해 그때그때 필요한 농사일을 챙겼습니다. 1년을 약 15일 단위로 나눈 절기는 계절별로 6개씩 총 24절기가 있으며, 봄에 해당하는 절기는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입니다. 옛 조상들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부터 끝자락에 이르는 곡우까지, 시기별로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기며 봄을 만끽했습니다.
  먼저 24절기 중 첫 절기인 입춘(立春)에는 문설주나 대문에 ‘입춘첩’ 또는 ‘입춘방’이라 불리는 글귀를 써 붙여 다복한 한 해를 기원했습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문구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으로, 봄에 좋은 일과 경사스러운 일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궁에서 문신들이 신년을 축하하며 지어 올린 시 중에서 좋은 것을 골라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 붙이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또한 궁중에서는 입춘절식으로 다섯 가지 햇나물을 겨자에 무친 ‘오신반’을 수라상에 올리곤 했는데, 후일 민간에서도 햇나물 무침을 먹으며 겨우내 결핍된 신선한 채소를 보충하고 입맛을 돋웠습니다.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2번째 절기 우수(雨水)를 지나면 겨울잠을 자던 동물과 벌레들이 깨어나는 경칩(驚蟄)이 다가옵니다. 경칩에는 흙일을 하면 뒤탈이 없다고 하여 집의 벽을 바르거나 흙담을 쌓았고,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개구리 알이나 도롱뇽 알, 고로쇠 수액을 먹기도 했습니다. 고로쇠의 어원이 골리수(骨利水)인 것에서 알 수 있듯, 고로쇠수액은 뼈 건강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부 지역에서는 경칩을 전후해 고로쇠 약수제가 열립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4번째 절기 춘분(春分)을 지나 청명(淸明)이 오면 봄기운이 완연해집니다. 이 때 담그는 ‘청명주’를 마시면 과거에 급제한다는 설이 있어 조선시대 선비들은 이 술을 즐겨 마셨습니다. 또한 청명에 나무를 심으면 잘 자란다고 하여 후일 아이가 혼인할 때 농을 만드는 재목감으로 쓸 ‘내나무’를 심기도 했습니다.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는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으로, 이때쯤 못자리(모내기할 모를 기르는 논)를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세시풍속은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점차 잊혀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 전통이 면면히 이어지며 풍성한 즐길거리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올해 봄에는 절기별 세시풍속을 체험하며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나누는 건 어떨까요?


글 우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