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19
People >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박병철 “캘리그라피는 마음이라는 밭에 ‘글’로 ‘씨’를 뿌리는 것”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박병철
“캘리그라피는 마음이라는 밭에 ‘글’로 ‘씨’를 뿌리는 것”

한국어, 한글에 대한 관심이 이제는 한글 글씨와 캘리그라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캘리그라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글은 소통의 도구를 넘어, 미적 가치를 지닌 예술 작품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마음이라는 밭에 글씨를 뿌리는 ‘글씨농부’라고 소개하는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박병철 작가를 만났습니다. 한글 글씨 한 자 한 자에 꾹꾹 눌러 담은 스토리텔링으로,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마음에도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KF뉴스레터 독자들에게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박병철’을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글을 사랑하고, 제 글씨로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노력하는 캘리그라피 작가 박병철입니다. 15년 넘게 한글 캘리그라피를 하고 있어요. 흔히 캘리그라피를 예쁘고, 아름답고, 멋스럽게 쓰는 글씨로 생각하지만, 저는 그런 접근을 떠나 좀 더 한글을 친근하게 널리 알리는 대중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담은 글씨에 좋은 글과 그림을 곁들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일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단순히 글이 가진 뜻과 내용을 떠나, 글자의 모양, 발음과 소리, 이미지적인 움직임 등을 캘리그라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국립박물관의 의뢰를 받고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자어나 일본어 캘리그라피, 서예 등은 유럽에도 꽤 알려져 있지만, 한국의 문화나 메시지를 전하는 한글 작품은 거의 전무해서 더 큰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도전하는 마음입니다. 캘리그라피 작업을 주로 하기는 하지만 이외에도 팝아트, 드로잉, 그래피티, 회화작품 혹은 퍼포먼스적으로도 한글을 활용한 예술작품을 더 많이 생산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양한 방면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셨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광화문 거리의 글판 글씨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 얘기를 좀 들려주세요.

저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한글 캘리그라피 영역에서도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정말 잘 만들어진 사례가 ‘광화문 글판 글씨’라고 볼 수 있죠. 사실 캘리그라피 자체가 상업적인 용도로 태어나고 발달한 문화거든요. 흔히 상품의 패키지에 인쇄되어 있는 제품명 글씨 같은 것들이 일반적인 캘리그라피입니다. 저 역시도 과거에 주류, 조미료 등 다양한 식료품에 그런 작업들을 했던 경험이 있고요. 그런 작업들을 많이 하면서도 늘 좀 더 의미 있는 일에 제 글씨나 그림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광화문 글씨 작업을 통해 생각해왔던 작업을 할 수 있었죠.
   광화문글판은 캘리그라피도 공익적인 것, 교육적인 것, 교훈적인 것에 활용될 수 있다는 좋은 예시가 되었기 때문에 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작업입니다. 아름다운 글귀, 시나 문학 작품 속에서 서너 줄의 대목이 발췌되면, 이후 긴긴 고민을 통해 그에 맞는 글씨체를 선택하고 수없이 많은 작업을 해봅니다. 공익적인 글이기 때문에 너무 화려하게 흘려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누구나 다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분명하고 단순하게 써야 하고, 글씨는 글이 가진 메시지를 잘 담는 조연이 되도록 작업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몇 가지 꼽으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글 캘리그라피로 한글, 한국어,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는 저희의 뜻과 목표에 공감해주는 분들은 꽤 많은데, 실질적인 뒷받침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늘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그렇지만 2015년 5월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와 협업하여 처음으로 개최한 ‘한글파티’는 정말 뜻 깊고, 성공적인 행사였기 때문에 잊을 수 없습니다.
   이후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등을 돌며 매해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문화교류 행사를 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국문화원, 한국학교 두 곳에서 진행한 행사 역시 많은 분들이 보여준 뜨거운 반응 때문에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브라질한국문화원 이벤트에는 브라질 대학생이 170명 넘게 참여했고, 한국학교에서는 먼 타국에서 태어난 교포 2세, 3세 어린 학생들에게 한글 캘리그라피를 선물해줄 수 있어 더욱 뿌듯했습니다.



해외에서 한글,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한글 캘리그라피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글 글씨의 어떤 매력이 외국인들의 이목을 끈다고 생각하세요?

물론 한글 자체에도 많은 매력이 있지만, 일단 한류, K-POP의 영향력 때문에 한국어, 한글, 한글 캘리그라피에 관심이 갖는 외국인들이 늘어났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K-POP을 좋아하는 음악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노래의 가사를 통해 한국어나 한글을 처음 접하고 그 다음 한글 글씨를 직접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한글 글씨의 가장 큰 매력은 쉽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뜻까지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은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읽고 쓰는 것만큼은 짧은 시간 내에 배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외국인이라도 한글 캘리그라피에 쉽게 접근할 수 있죠. 그리고 외국인들은 한글이라는 문자를 표음문자로 생각하지 않고, 시각적인 요소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상형문자처럼 재밌게 형상화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 전해주면 더욱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쉽게 이해합니다. 마치 캐릭터나 디자인 패턴처럼 전달하는 것이에요.



앞으로 한글 캘리그라피가 공공외교나 민간외교 분야에서도 좋은 도구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KF뉴스레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꼭 한글 캘리그라피가 아니더라도 한글을 매개로 한국과 한국문화를 잘 알릴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KF 역시 그러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글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개개인이나 작은 문화콘텐츠 기업, 단체들이 활동하는 건 아무래도 어려움이 많거든요. 한국국제교류재단 같은 외교, 문화 공공기관에서 더 효율적이고 발전적인 모델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글을 매개로 한국과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해외 활동을 점차 더 늘려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데 더 힘을 쏟을 것입니다.


인터뷰 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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