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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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주 프랑스 디종 한글학교 교장: “프랑스인들이 생각하는 한글은 예쁘고 재밌게 생긴 민주적인 문자”

물이나 공기처럼 늘 곁에 있는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한국어와 한글을 소중히 여기는 것 역시 일상에선 꽤 익숙지 않은 감정입니다. 매년 10월, 한글날이 찾아올 즈음에야 잠시 애틋함을 가져볼 따름이죠. KF뉴스레터 10월호에서는 먼 타국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가르치는 선생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문화와 역사에 자부심이 대단한 유럽의 프랑스, 그 중에서도 전통을 중시하기로 소문난 부르고뉴 디종에서 한글을 전하고 있는 노선주 선생님(프랑스 디종 한글학교 교장)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KF뉴스레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이 몸담고 계신 프랑스 디종 한글학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 디종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는 노선주입니다. 프랑스에 건너온 건 20년 정도 됐고, 디종에 자리를 잡은 건 15년이 좀 넘었습니다. 디종은 수도 파리에서 300km쯤 떨어져 있고, 스위스에 인접한 작은 도시입니다. 한글학교는 2006년에 문을 열어 현재는 저를 포함해 6명의 한국인 교사와 10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프랑스에 입양된 한국인을 비롯한 동포와 현지 프랑스인들이 반반 정도 됩니다.
  프랑스인들 중에는 한국인 입양아를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꽤 많고요. 연령대는 세 살 아기부터 일흔이 넘은 어르신까지 다양합니다. 학생들의 구성도 그렇지만, 저희는 학생들의 가족과도 함께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서 학교 자체가 커다란 한-불 가족 같은 느낌이에요. 단순히 한국어, 한글 공부를 넘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디종의 초중고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프랑스의 중소도시 각급 학교에서 한글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요. 디종에서 한국어가 정규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된 배경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2014년에 처음으로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공식 외국어 수업으로 채택했고, 올해부터는 초등학교에서도 방과후수업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디종의 여러 학교에 한국어 수업이 개설되기까지 저희 한글학교가 많은 노력을 했는데요. 디종 시장, 교육감, 국회의원 등등 여러 지도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찾아가 한글의 우수성, 한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열심히 알렸습니다. 세일즈맨처럼 디종 전역을 누비며 한국어 교육을 홍보하고 다녔어요.
  프랑스에서는 오래 전부터 다문화 사회의 교육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서 아시아의 문화와 언어를 공부하는 것에 열린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또한 저희 학생들이 프랑스어와 한국어를 모두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는 모습을 본 여러 교육 관계자들이 긍정적인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언어를 배움으로써 한국이라는 뿌리를 찾고, 프랑스의 시민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높이 평가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프랑스에 처음 발을 디딘 20년 전에는 한인도 많지 않았을 것이고,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인식도 부족했을 텐데, 한국어 교육을 본격화하기까지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파리에는 오래 전부터 한인회가 있었지만, 중소도시인 디종은 그렇지 않았어요. 2002년에 처음 한인회를 개설했는데, 많은 교민, 유학생, 입양인, 입양인 가족들로부터 한국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한글을 가르치다 보니 학교까지 세우게 됐고, 더 나아가 디종의 각급 학교를 통해서도 한국어를 전하게 됐습니다. 특별히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는 건 어려운데, 정말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한 일이라 어느 하나 힘들지 않은 것이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습니다.



한글과 한국어가 가진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프랑스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진 데에는 분명 어떠한 이유가 있을 텐데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읽고 쓰기 쉽다는 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요?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는 데 문턱이 너무 높으면 흥미를 갖기 어려운데, 한글은 처음 배우는 사람도 빠르면 2~3시간, 늦어도 7~8 시간 안에는 읽고, 쓰는 걸 깨우칠 수 있어요.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은 한글의 생김새가 예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나라의 왕이 학자들과 함께 국민을 위해 만들었다는 창제 배경을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흥미롭게 바라보기도 하고요.



디종 한글학교 교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아직 더 많이 있으실 것 같은데, KF뉴스레터 독자들에게도 선생님이 가진 꿈과 희망을 들려주세요.

사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세웠던 목표들은 거의 모두 잘 이뤄낸 것 같아요. 디종의 수많은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열린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고 뿌듯합니다. 지금은 더 큰 것을 바라기보다는 디종 한글학교와 이곳에서의 한국어 교육이 안정적으로 잘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지면을 통해 그간 한국어 교육을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주신 고국의 많은 분들께 감사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한글학교의 가장 큰 후원자인 디종 축구단과 자랑스러운 한국인 권창훈 선수에게도 정말 감사합니다. 학교의 여러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도와주고, 학생들과도 좋은 시간을 보내주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한국의 교육기관, 지방자치단체, NGO 등과 입양아 가족 찾기, 입양아 새 가족 만들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러한 나눔에 공감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저희 디종 한글학교와 인연이 닿았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인터뷰 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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