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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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브히기테 바이흐:
“남과 북, 두 한국은 분명히 해결 방안을 찾을 겁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북한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땅을 밟아본 북한 사람 역시 극히 드물죠. 하지만 한반도와 매우 멀리 떨어진, 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두 개의 코리아를 여러 차례 방문하며 영화로 교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 ‘하나, 둘, 셋…’으로 주목 받은 감독 브히기테 바이흐(Brigitte Weich)입니다. KF의 ‘다큐멘터리 감독 초청사업’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나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두 한국, 특히 베일에 쌓인 미지의 세상으로 그려졌던 북한의 모습은 어떤지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짧은 일정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먼저 감독님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스트리아의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브히기테 바이흐입니다. 오래 전부터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해왔지만, 감독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평양국제영화제 참석차 북한에 갔다가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들의 모습에 흥미를 느껴 다큐 영화 ‘하나, 둘, 셋…’을 연출하며 감독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다큐멘터리 감독 초청사업’ 프로그램으로 방한했고, 부산국제영화제, 서울영상위원회 등 영화 관계자 분들을 만나 다양한 협업 방안에 대해 논의합니다.



그럼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신가요?

한국에 두 번 다녀간 적이 있지만, 아주 짧게 체류했고 축구장 외에는 거의 둘러보지 못해서 이번 방문이 처음인 것처럼 특별하고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10년 이상 북한에 관해 연구, 취재하면서 작품을 만들었는데 또 다른 한국, 남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이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합니다. 남한과 북한을 모두 알아야 한국, 한국인, 한반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입니다. 물론 영화와 축구에 종사하는 분들을 주로 만날 것 같지만요.



2009년, ‘하나, 둘, 셋…’이 세계 각국의 영화제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북한 여자축구를 주제로 한 최초의 외국 영화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데요. 왜 북한의 여자 축구선수들에 대한 작품을 만들게 되었나요?

사실 처음부터 직접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는 영화계에서 일해왔지만, 주로 영화사나 영화제에서 비용, 예산에 관한 업무를 다뤘거든요. 그래서 평양에서 만난 북한 관계자들이 ‘북한 여자축구’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을 때 적당한 오스트리아 영화인을 찾아서 연결해주자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북한 대표팀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제작에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해 큰 어려움에 직면할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연출을 한 번 해보자고 마음을 바꾼 것이죠. 특히 2003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기간 동안 열흘 넘게 선수단과 동행 취재한 이후로 정이 많이 들었고, 점점 더 흥미를 느껴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내가 해야겠다. 다른 제작자, 감독들에게 말도 꺼내지 말아야지.”(웃음)



‘하나, 둘, 셋’이라는 영화 제목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외국어를 배울 때 숫자 먼저 배우지 않나요? ‘고맙다’, ‘사랑한다’ 아니면 숫자로 ‘하나, 둘, 셋’ 그렇게요. 언어로 인해 사람들이 구분, 단절될 수 있지만, 언어를 배움으로 소통과 관계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하나, 둘, 셋’ 같은 말이 교류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제가 북한 팀을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들은 한국어이기도 하고요. 보통 ‘하나’, ‘둘’, ‘셋’ 같은 구령을 붙이며 운동이나 훈련을 하잖아요. 이 말을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들었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으로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같은 최근의 변화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런 질문을 종종 받을 때가 있는데요. 단정적으로 말하기 쉽지 않은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보통의 유럽인들보다 북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북한에 여러 차례 다녀갔지만, 그렇다고 이런 부분을 특별히 더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그 동안 남북 관계는 정권에 따라 개선과 악화가 반복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분위기 역시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두 한국이 분명히 해결 방안을 찾아낼 거라고 믿습니다. 독일이 통일될 때도, 동독과 서독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불가능은 없습니다. 남한과 북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방한에 대한 소감과 KF뉴스레터 독자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먼저 다큐멘터리 감독 초청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신 한국국제교류재단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발전적인 교류를 할 수 있었고, 여러 기관 및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격려와 자극을 받고 돌아갈 수 있어서 새 작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저는 북쪽의 코리아에서도 남쪽의 코리아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소통·교류할 수 있었는데, 정작 그들은 직접 대화를 주고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한국인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교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제 영화가 두 나라의 문화적 교류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내년에 프랑스에서 열릴 FIFA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보냅니다. 북한은 안타깝게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저는 남과 북 모두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인터뷰 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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