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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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닮은꼴 음식:
한파마저 반가워지는, 따뜻한 겨울 음식

시골집 마당에 가마솥을 놓고 장작으로 불을 지펴 큰 나무 주걱을 저어가며 끓여야 제대로 된 맛이 날 것 같은 팥죽. 뜨거울 때 호호 불어 쉬어가며 쫀득쫀득한 새알을 건져 먹다 보면 달큰한 맛과 쫄깃한 식감에 연신 숟가락을 핥게 됩니다. 여기에 살얼음이 살짝 뜬 동치미 국물을 곁들인다면, 그 맛은 달리 형언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이 음식을 한 겨울에만 먹겠다고 기다릴 수 있을까요? 옛날에는 ‘작은 설’이라고 불릴 만큼 큰 명절이었던 동지는 이제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평범한 절기가 됐지만, ‘동지 팥죽’의 매력은 건재합니다.
  유럽으로 건너가면 색다른 겨울 음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박싱데이(Boxing Day)부터 12일 동안 매일 하나씩 먹으면 새해에 행운이 찾아온다는 영국의 민스파이(Mince pie)입니다. 밀가루 반죽에 과일, 향신료, 고기 지방인 수이트 등을 넣어 속을 채운 것인데요. 크리스마스 만찬에 올릴 정도의 음식은 아니지만, 먼 길을 달려온 산타클로스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서는 충분히 따뜻합니다. 성탄절을 지나 연말연초에 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깡통에 보관했다가 나눠 먹기도 한다고 하니 이렇게 훈훈한 디저트가 또 있을까요?
  내륙 국가인 체코에서는 고기보다는 생선이 귀하게 여겨져 크리스마스에 칠면조 대신 잉어 튀김 스마제니 카프르(Smažený kapr)가 식탁에 오릅니다. 연말이 되면 체코의 시장에서 크고 싱싱한 잉어를 사기 위해 줄 서는 사람들이나 길가에서 생선을 손질하는 상인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맛은 보통의 생선가스와 비슷하나, 좀 더 비린내가 있는 편이죠. 그렇지만, 맛있기로 소문난 체코의 맥주를 곁들이면 그 정도는 충분히 잠재울 수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뚝배기 찌개 격인 타진(Tajine)은 가장 대중적이고도 대표적인 모로코의 겨울철 음식입니다. 모로코 사람들이 점심이나 저녁 때 따뜻하게 끓여 먹는 요리로, 타진을 만드는 토기 냄비의 이름 역시 타진입니다. 뚝배기보다는 도가니에 끓여 먹는 도가니탕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모로코의 가정에서는 다양한 크기의 타진을 여러 개 갖고 있다고 하니 음식도, 그릇도 모로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진정한 한파가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팥죽, 민스파이, 잉어튀김, 타진 같은 음식을 챙겨 먹으면, 겨울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듯합니다. 겨울과 함께 오는 추위는 결코 달갑지 않지만, 겨울이 건네주는 맛있는 음식들은 반가운 손님임이 분명합니다.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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