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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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닮은꼴 음식:
지금까지 이런 순대는 없었다!
이것은 유럽의 순대인가? 한국의 소시지인가?

꼭 전문 식당이 아니더라도 분식집이나 노점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순대는 생각보다 공이 많이 드는 음식입니다. 내장과 선지를 다지고 섞은 뒤 당면과 찹쌀, 채소로 속을 채워 푹 삶지요. 맛도 맛이지만, 단백질, 철분, 탄수화물 등이 고루 함유되어 영양 면에서도 좋은 균형을 이룹니다.

   순대는 그 자체로도 많은 사랑을 받지만, 다양한 채소나 사리를 넣고 철판에서 볶은 순대볶음이나 고소하고 얼큰한 순댓국을 좋아하는 사람 역시 많습니다. 지역마다 곁들여 먹는 양념이나 조미료가 다르다는 것도 순대만의 매력입니다. 대개 소금이나 후추에 순대를 찍어먹지만, 된장, 쌈장, 간장에 새우젓까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합니다.

   몇 해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순대로 기네스북에 오른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스페인 부르고스에서 400명이 함께 만든 175cm짜리 모르시아(Morcilla)였습니다. 모르시아는 스페인판 순대로 흔히 ‘블러드 소시지’라 불리는데 맛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양념을 더하며, 쌀을 넣어 영양을 높입니다. 바게트 빵이나 치즈와 함께 먹는 음식이라는 것이 순대와는 다르죠.

   프랑스판 순대는 조금 특이하게 에피타이저로 먹습니다. 부댕누아르(Boudin noir)라는 음식으로 ‘검은 푸딩’이라는 뜻이에요. 주재료는 돼지고기, 계란, 우유, 빵가루이며, 돼지피를 많이 넣어 순대보다는 훨씬 더 부드러운 식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속은 주로 양파 등의 채소로 채우나,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누구나 즐겨먹는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지만, 메인 요리를 먹기 전 식욕을 돋우는 용도로 인기가 쏠쏠합니다.

   동유럽 폴란드에서는 카샨카(Kaszanka)라는 순대를 맛볼 수 있습니다. 선지에 메밀을 섞어 차갑게 먹기도 하고, 뜨거운 불에 구워 바삭바삭한 식감을 내기도 합니다. 폴란드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초겨울에 카샨카를 요리해 먹었다고 전해지는데, 순대와 소시지가 반반씩 섞인 것 같은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밖에 양의 내장에 곡류를 넣어 삶은 소시지 요리인 스코틀랜드의 하기스(Haggis)도 순대와 비슷한 음식인데, 해외 매체에서 순대를 소개할 때 간혹 ‘한국판 하기스(Korean Haggis)’라는 수식어를 쓰기도 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음식들을 한국에서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겠지만, 해외 여행 중 현지 식당에서 그 나라만의 ‘순대’를 만나게 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한 번쯤 색다른 시도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순대는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가끔 간이나 허파가 그럴 수는 있겠지만요.


글 김신영
일러스트 정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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