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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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석 사진작가: “집에서 찍는 가족사진은 작은 우주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

KF는 글로벌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에서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가족사진을 촬영해 선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KF와 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조장석 사진작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1990년대부터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패션, 광고 등의 상업사진 분야에서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하지만 늘 마음 속에는 자신의 사진이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만드는 도구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사진이 어떻게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선물이 될 수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과거 세네갈, 르완다 등을 방문해 수많은 아프리카 가족들의 사진을 촬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 KF와 함께하는 아프리카 가족사진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몇 년 전에 한 NGO와 함께 아프리카에 가서 많은 가족들의 사진을 촬영하고, 선물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가족사진은 보고 있으면 힘이 되고, 미소가 번지는 그런 사진이잖아요. 아프리카와 한국이 좀 더 가까워지는 데에 사진가로서 제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 일을 진행하게 되면 1년에 3~4개월 정도는 수입을 포기해야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KF와 함께 하는 이 프로젝트 역시 행복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처음 협의를 시작해서 거의 1년간 작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셈인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도록 앞으로도 발전적으로 오래오래 꾸려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족사진을 촬영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특별한 순간이나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거든요.

과거 처음 아프리카에 갔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그런 사진은 찍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뼈밖에 남지 않은 마른 아이, 구정물을 떠먹는 꼬마, 흔히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 모금 등을 목표로 대중에게 극단적인 빈곤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사진, 영상 등을 지칭)라고 불리는 정형화된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세네갈에서 작업할 때 현지 체류에 도움을 준 ‘아리주마’ 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워낙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게 되어 얼굴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사진이라도 한 장 있었다면 가끔 꺼내어 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할 수 없어 슬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에는 자신과 같이 세상을 떠난 부모나 가족의 사진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어 선물해주면 정말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기억이 될 거라고 덧붙였어요. 그때 막연했던 마음에 어떤 확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촬영하신 작품들을 보면 아이들과 가족들이 환하게 미소를 보이는 사진이 참 많습니다. 어떻게 그런 밝고 유쾌한 모습을 잘 이끌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어요. 아프리카 사람들은 불행할 것 같다는 편견, 고정관념이에요. 아프리카 사람들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남들과 다를 바 없는 감정을 갖고, 행복을 느끼고 웃고 떠듭니다. 제가 특별히 밝은 미소를 끌어낸다기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얼굴 표정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거예요.
   굳이 하나 비결을 꼽자면, 저는 되도록 가족사진을 그들이 사는 집 앞이나 집 안에서 촬영합니다. 사람들이 긴장하고 경직될 때는 사진에 좋은 표정이 나올 수 없어요.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집만큼 편안한 마음을 주는 환경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사람들의 하루하루, 그리고 한 평생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 집이라고 생각해서, 작은 우주의 역사를 카메라에 담아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합니다.



그 동안 수많은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오셨을 텐데 얼마나 많은 가족들을 만나셨나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가족들이 있다면요?

거의 2,000 가족 정도 촬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촬영을 위해 찾아간 곳은 그보다 더 많은데, 사진을 찍고 싶어하지 않는 분들도 꽤 많아서 그냥 돌아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외부인들에 대한 불신이 생겨 경계하는 이들도 적지 않거든요. 그래도 2,000여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 70~80%가량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하는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진을 보내지 못한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기억에 남는 가족들도 많은데요. 아프리카에는 내전이나 질병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을 잃은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손녀들로 이뤄진 가족사진을 찍어준 경우도 많고, 한부모가족들의 사진도 많이 촬영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어르신들의 가족사진을 찍어드렸는데, 그들이 피 흘려 싸워 지켜준 땅에서 자라난 세대로서 작은 무엇이라도 보답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참 뿌듯했습니다.



아프리카 가족사진 프로젝트 이후로는 어떤 계획들이 있으신지, 그리고 사진작가로서 갖고 계신 목표나 꿈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앞서 잠시 얘기했지만, 에티오피아에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의 사진을 촬영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의 참전용사들을 만나 사진을 선물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다양한 기관, 기업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서 남한 가족들에게는 북한 가족들의 사진을, 북한 가족들에게는 남한 가족들의 사진을 선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대한민국의 사진작가로서 꼭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하고, 언젠가는 꼭 멋진 결과물로 세상에 공유하고 싶은 저의 꿈입니다.



세계 곳곳을 방문해 사진을 촬영하고, 선물하는 모습이 일종의 민간외교, 공공외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KF나 뉴스레터 독자들과 더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아시다시피 한국은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윤택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마음이나 삶의 여유는 더 줄어든 것 같아요. 타인, 외부인에 대한 무관심, 경계심은 갈수록 늘어가고요.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 유학생, 노동자 등에게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인격체라는 생각으로 난민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KF를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다양한 문화·교육 사업을 통해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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