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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다시 오고 싶어요'  KF 한국어 펠로 봄 답사기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으로 서강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KF 한국어 펠로들이 지난 4월 15~17일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안동, 경주, 김천 등 경상도 일대의 문화유적지를 방문하는 봄 답사를 다녀왔다. 이번 답사를 함께한 펠로 2인의 감상문을 소개한다.



짧지만 알찬 경주 여행

베로니카 코박스(Veronica Kovacs)
헝가리 엘테대학교 한국어·문화학과 3년생

4월 14일을 간절히 기다렸다. 그날이 내 생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봄 답사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방문할 곳들은 어쩌면 앞으로 다시 갈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기에 내 생일 선물이라 생각하고 들뜬 마음으로 답사를 떠났다.
우리의 2박3일 여행의 첫 번째 방문지는 고령 개실마을. 이곳에서는 문화 체험이 이루어졌는데, 문화센터 마당에 있는 전통 놀이 기구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내가 가장 먼저 그네를 타고 하늘 높이 떠오르자 친구들은 신기하게 나를 보며 깜짝 놀라는 모습. 오래전부터 그네 타기를 즐긴 나로서는 ‘역시 나보다 더 잘 타는 사람은 없을걸’ 하는 생각에 왠지 으쓱한 기분이 되었다. 그네를 탄 뒤에는 문화센터에서 한국의 전통 과자와 엿을 만들었다. 끈적끈적한 조청이 딱딱한 엿으로 변하는 걸 보니 정말 신기했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인지 맛도 더욱 좋았다.
그다음에는 지산동 고분군을 찾아가 대가야 왕들의 무덤을 둘러보며 한국의 역사와 가야 사람들의 풍습에 대해 배웠다.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서 무덤이 줄지어 늘어선 산에 올라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여기저기 흩어진 무덤이 하도 많아서 한눈에 다 볼 수도 없을 정도다.
경주에 도착하자 신라의 수도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먼저 경주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인 선덕여왕 때 돌로 세웠다는 첨성대를 구경했다. 그런데 이 건축물이 아시아에서 제일 오래된 천문관측대라는 사실을 듣고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첨성대부터 옛날 문무왕의 궁 안에 있는 연못인 안압지까지 연결된 고운 꽃길을 걷다 보니 드디어 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 벚꽃으로 둘러싸인 안압지 연못에 도달했을 때는 온 세상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여행의 첫날 일정은 내 작은 생일파티로 마무리했다. 밤중에 우리의 숙소인 호텔 근처 강둑에서 열리는 벚꽃 축제를 보러 나가 독특한 트로트 음악도 듣고 막걸리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이 모여 특별한 생일파티를 만들어주니 가슴이 뭉클했다. 함께한 친구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 날인 15일 아침, 우리는 국립경주
박물관에 가서 KF 한국어 펠로십 4급에서
배운 성덕대왕 신종인 그 유명한 에밀레종을
실물로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무늬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아주 기뻤고, 종소리는
녹음으로 들었는데도 감동적이었다.
에밀레종뿐만 아니라 안압지 연못에서
발굴했다는 신라 유물도 살펴보며 조금
이나마 신라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신라문화원에 가서 경주의 여러
명소를 비누로 만들고 있을 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다. 한국어를 잘 못하
는 외국인을 위한 선생님이 다름 아닌
헝가리 사람이었던 것! 한국에 살다
보니 오랫동안 헝가리 말로 이야기
하지 않아서인지 말이 좀 어색하게
나왔지만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다음으로 들른 남산은 많은 부처상이
발견된 곳으로 유명한데, 우리가 보려고 한 부처상이
때마침 복구 중이라 작은 부처상만 볼 수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가이드 선생님이 설명을 아주 잘해주셔서 큰 부처상을 보지 않고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15일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내가 가장 기대했던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과 불국사 구경이었다. 아름다운 산길을 따라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석굴암에 도착했다. 정말 화려하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편이라 깜짝 놀랐다. 아쉬운 점은 구경하러 온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내가 원하는 만큼 잘 살펴볼 수 없었다는 것. 석굴암과 같은 시기에 건립된 불국사에도 중고등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감상하기가 좀 힘들었다. 그래도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의 고운 자태는 잊을 수 없다.
드디어 16일, 경주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명소는 신라왕과 귀족들의 무덤이 모여 있는 대릉원. 그곳을 구경하고 나서 우리 일행은 양동마을로 떠났다. 양동마을은 아주 전통적인 마을로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곳이다. 독특한 한옥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옛날 마을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옛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도 구경했다. 마지막으로 옥산서원이라고 하는 조선시대에 세워진 서원을 방문했다. 이 서원을 보니 ‘우리도 옛날 사람들처럼 이런 조용하고 조화로운 곳에서 공부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봄 답사는 아주 재미있고 교육적이어서 많은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호텔에서 마치 왕처럼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준 한국국제교류재단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천 년의 역사가 흐르는 경주 나들이

사경화(Xie, Jinghua)
중국 청도대학교 한국어학과 석사과정생

‘한 나라를 이해하려면 그 나라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꽃이 흐드러지고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화창한 봄날, 우리 KF 학생과 선생님 일행은 한민족의 뿌리와 역사를 엿보러 경북 경주를 찾았다.
아침 8시에 버스를 타고 서강대학교에서 출발했다. 난생처음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저 멀리 굽이굽이 펼쳐진 높고 낮은 산을 보니 역시 한국은 산이 많구나 싶었다.
우리는 4시간쯤 이동한 뒤에 우리의 첫 목적지인 고령 개실마을에 도착했다. 개실마을은 조선 중엽 무오사화 때 화를 입은 영남 사림학파의 종조 점필재, 김종직 선생 후손의 세거지로 본래 고령군 하동면 지역이었다.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골’이라 하여 개화실(開花室)이라고도 부른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 개실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마을 주민들이 신선한 채소를 곁들인 시골밥상으로 우리를 초대하였다. 배부르게 한 상 먹은 뒤 우리는 동심으로 돌아가 마당에 있는 굴렁쇠며 디딜방아, 그네를 가지고 즐겁게 놀았다.

엿만들기 문화체험 그다음에는 엿 만들기 체험이 이어졌다. 한국의 전통 음식인 엿은 전에도 여러 번 먹어봤는데 어떻게 만드는지는 몰랐다. 개실마을 어머님들이 손수 엿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두 사람이 조청 덩어리를 붙잡고 반을 접어서 돌리고 또 비틀었다. 이렇게 누런 조청 덩어리가 흰색으로 변할 때까지 계속 반복해야 한단다. 마지막으로 굳은 엿가락을 잡고 나무 막대기로 댕댕 치면 우리가 맛있게 먹는 엿이 되는 것이다. 엿 만들기는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데 파트너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엿을 만들기는커녕 나처럼 온통 손에 조청만 묻히게 된다. 보다 못한 개실마을 어머님들이 손재주가 없는 나와 내 파트너를 도와주시고서야 엿을 제대로 만들어냈다. 이 엿은 유난히 달콤하다.
이날 나는 ‘엿’이라는 단어를 조심히 써야 하는 것을 알았다. 상대방한테 “엿을 좀 맛보실래요?”라고 물어야지 잘못 쓰면 욕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단다.
우리는 직접 만든 엿을 먹으면서 다음 목적지인 지산동 고분군으로 갔다. 고령읍을 병풍처럼 감싸는 산자락 위에 대가야시대의 주산성이 있다. 그리고 산성 남쪽으로 뻗은 능선 위에 지산리 무덤을 비롯해 크고 작은 200여 개 무덤이 보인다. 나는 오랫동안 운동을 안 해서 숨을 씩씩거리며 겨우겨우 산 정상에 올랐다.
이제 대가야박물관을 답사할 차례. 그곳에는 한국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 무덤의 내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는데, 나는 이날 대가야가 철기를 만들고 1500년 전 일본에서 대가야를 좋아하는 한류가 일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고령을 떠나 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해 경주에 도착했다. 천마총과 첨성대, 불국사와 안압지가 한데 어우러진 경주는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다. 경주는 옛 도읍답게 수수한 기품이 서려 있고 거기서 신라 1000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신라 선덕여왕 때 세운 첨문 관측 시설인 첨성대를 본 나는 고대 신라인들의 지혜에 탄복했다. 또 신라 문무왕 때 지은 궁궐 안압지는 기러기와 오리들이 날아와 놀면서 생겨난 이름이라는데, 정말 이름대로 아름다운 곳이다.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안압지의 절경을 감상하며 나는 아주 먼 옛날 왕과 귀족들이 거기서 잔치를 벌이는 장면을 상상했다.
저녁으로 맛있는 갈비찜을 먹고 나서 우리는 호텔에 가서 휴식을 가졌다. 그런데 호텔 근처의 아름다운 호수에서 벚꽃을 볼 수 있다기에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찾아 나섰다. 호숫가를 따라서 벚꽃나무가 쭉 심어져 있었는데, 활짝 핀 벚꽃과 보석같이 반짝이는 호수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냈다. 한참 동안 나는 마치 선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튿날, 우리는 먼저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했다. 그곳에는 선사시대부터 고대 신라, 가야, 통일신라까지 아우르는 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었고, 전날 답사한 안압지에서 발굴한 유물도 볼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성덕대왕 신종이다. 이것은 한국에 전해지는 가장 큰 종이라는데 신라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든 것이란다. 신기하게도 이 종을 만들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 아기를 넣어 종을 칠 때면 엄마를 부르는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서는 경주를 가리켜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이라고 묘사했다. 그 중심에 남산이 있다.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을 보러 갔는데 몇십 년 만에 공사 중이라 아쉽게도 보지 못해 나중에 꼭 다시 찾아오리라 마음먹었다. 석굴암에 가는 길에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 외국인 일행을 본 학생들이 “Welcome to Korea”라고 따뜻하게 환영하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한국 사람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절하고 다정하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가장 큰 절인 불국사에 들렀는데 책에서만 보던 다보탑과 석가탑을 실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석가탑을 만든 석공인 아사달의 이야기와 무영탑에 서린 전설도 들었다.

경주 양동마을

답사 여행 마지막 날에는 대릉원과 양동마을, 옥산서원을 찾았다. 대릉원은 신라시대의 왕과 귀족의 무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제일 널리 알려진 천마총에 들어가면 중앙에 무덤의 단면과 출토된 유물을 전시해놓았다.

경주 옥산서원에서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은 도시의 떠들썩함은 사라지고 고요함과 그윽함이 흐르는 무릉도원이다. 예로부터 양동마을은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고 뛰어난 인재도 많았다 한다. 문득 ‘아, 나도 이곳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성리학자 이언적을 기리는 옥산서원으로 이동했다. 붉은 나무가 감싸고 있는 무변루는 비록 낡았지만 어린 유생들이 시를 읊는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 듯했다. 이런 녹수청산에서 공부하는 것도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경주에서 마주한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히 맴돈다. 이번 답사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풍토, 넘치는 인정을 체험하고 한국에 대해 한 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나는 경주를 사랑하게 됐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다시 찾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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